자차 보험(Collision Coverage) 뺄까 말까? 차량 연식별 가성비 분석표
서론: 내 보험료 영수증의 최고 흡혈귀, '자차'
자동차 보험 갱신 견적서를 꼼꼼히 뜯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전체 보험료가 100만 원이라면, 그중 30~50만 원이라는 묵직한 지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특약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차량손해', 흔히 말하는 '자차 보험'입니다.
자차 보험은 내 명의의 차량이 본인 과실 사고, 타차와의 충돌, 화재, 도난, 침수 등으로 망가졌을 때 내 차의 수리비나 손실액을 보험사가 보상해 주는 특약입니다. 새 차를 뽑았을 때는 망설임 없이 가입하지만, 차가 5년, 7년, 10년 나이를 먹어갈수록 운전자들의 뇌리에는 강력한 유혹이 스칩니다. "어차피 팔아봤자 중고차 똥값인데... 비싼 자차 빼버리고 보험료나 반토막 낼까?"
저도 12년 된 구형 국산차를 몰며 똑같은 고민을 무수히 했습니다. 자차를 빼도 될지 며칠 밤을 고민하며 각종 데이터와 보상 사례를 뒤진 끝에 얻은, 차량 연식과 중고차 가액에 따른 "자차 가입 가성비 분석 및 선택 기준"을 가장 현실적으로 제시해 드립니다.
본론 1: 자차 가입 여부의 절대 기준 = 현재 내 차의 '차량 가액'
자차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 지표는 내 차를 중고 시장에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 즉 보험개발원이 정한 '차량 가액'입니다.
예를 들어, 출고가 3,000만 원짜리 차를 10년간 탔더니 현재 차량 가액이 300만 원으로 조회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내 과실로 빗길에 미끄러져 전봇대를 박고 차가 완파(전손)되는 최악의 사고가 났습니다.
이때 자차 보험에 들어있다면 얼마를 보상받을까요? 3,000만 원? 수리비 1,000만 원? 정답은 300만 원입니다. 자차 보상의 최대 한도는 사고 시점의 '차량 가액'을 절대 넘지 못합니다.
즉, 자차 특약 보험료로 매년 30만 원을 내고 있는데, 막상 최악의 사고가 나도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금이 고작 300만 원이나 200만 원이라면? 이때부터는 확률 게임입니다. 아주 가벼운 접촉 사고라면 자비로 동네 공업사에서 30~50만 원 내고 고치는 것이, 향후 자차 처리 시 따라오는 '할증 무간지옥(보통 3년 대폭 할증)'을 고려했을 때 수학적으로 훨씬 이득이 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본론 2: 연식별 & 가격별 실전 솔루션 가이드라인
제가 수많은 사례와 비용을 분석하여 도출해 낸 현실적인 기준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차 ~ 연식 5년 이하 (무조건 Full 자차 가입)
- 차량 가액이 잔존 가치의 50% 이상을 유지하는 쌩쌩한 시기입니다.
- 이 시기에는 살짝만 부딪혀도 센터 수리비가 몇백만 원씩 우습게 나옵니다. 자차는 절대 빼면 안 되는 필수 방패이며, 가급적 보장 범위가 넓은 조건(단독 사고, 침수 포함 등)으로 든든하게 세팅하세요.
2. 연식 5년 ~ 9년 차 (자차 유지 + 자기부담금 조정)
- 중고 가치가 서서히 떨어지는 과도기지만, 여전히 주요 부품을 교체하면 목돈이 들어갑니다.
- 자차는 유지하되,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자기부담금 비율'을 조절하는 꼼수를 씁니다. 통상 수리비의 20%(최소 20만 원~최대 50만 원) 조건을 많이 쓰는데, 이 비율을 30%(최소 30만 원)로 올린다거나 하면 자차 보험료가 꽤 유의미하게 저렴해집니다. 어차피 작은 기스는 내 돈으로 고치고, 진짜 크게 박았을 때만 자차를 쓰겠다는 전략입니다.
3. 연식 10년 이상 & 차량 가액 300만 원 이하 (과감히 삭제 고려)
- 이 글의 핵심 구간입니다. 차값이 200만~300만 원인 폐차 직전 혹은 전투용 구형 모델이라면 자차 특약을 과감히 빼는 것을 추천합니다.
- 자차를 빼서 1년에 아끼는 돈이 20~30만 원이라면, 3년만 무사고로 타도 거의 100만 원을 세이브하게 됩니다. 만약 문짝 하나가 찌그러졌다면 보험 안 쓰고 동네 장인 카센터나 재생(중고) 부품으로 저렴하게 수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정말 재수 없게 차가 완파되면? 그동안 자차 빼서 모아둔 돈을 보태서 새 중고차를 산다는 쿨한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본론 3: 자차를 뺄 때 생기는 치명적인 2가지 단점 명심하기
자차를 빼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아래의 두 가지 리스크를 인지하고 감수해야 합니다.
과실 비율 분쟁 시 스트레스: 5:5 혹을 7:3 억울한 쌍방 사고가 났다고 합시다. 자차가 있다면 일단 내 보험사가 수리비를 선지급해서 차부터 완벽하게 고치고, 나중에 상대 보험사에게 소송을 걸어 구상권을 청구해 줍니다 (알아서 다 싸워줌). 하지만 자차가 없으면 내가 직접 30% 내 과실만큼의 수리비를 공업사에 사비로 결제해야 하며 차도 못 고치고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자연재해 및 단독 사고 무방비: 갑작스러운 폭우로 차가 완전히 침수되거나 멍 때리다 혼자 가드레일을 박아 차가 부숴진 경우입니다. 침수의 경우 국가 재난이 아닌 이상 보상받을 길이 막막해지며, 단독 사고 역시 100% 내 쌩돈이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결론: 정답은 내 주머니 사정과 마음의 평화에 있다
요약하자면 차량 가액이 300만 원 전후로 똥값이 되었다고 무조건 자차를 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 실력이 아직 서툴러 잔기스를 자주 내는 분이나, 사고 처리의 골칫거리를 단 1도 신경 쓰기 싫으신 평화주의자라면 돈이 되더라도 자차를 유지하는 것이 정신 건강을 위한 최고의 투자입니다.
반대로 나는 10년간 무사고 베테랑이고, 어차피 고장이 심하게 나면 폐차장으로 보낼 생각으로 굴리는 오래된 동네 출퇴근용 차량이라면? 이번 갱신 때는 과감하게 자차 체크박스를 해제해 보세요. 결제 창에 찍히는 보험료 앞자리가 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